또 오세요, 마녀의 가게에!
w. Sup

 

 

 

박지훈은 마녀였다.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어쨌든 가능하다고 답하겠다. 아니, 마녀란 마법을 사용하는 ‘여자’가 아니던가? 라고 반박한다면 마녀라는 단어 대신, Witch로 정정하는 것이 덜 혼란을 줄지도 모르겠다. 어원까지 따지고 들어주었을 때, 엄연히 과거에는 남성도 포함하는 단어였다고.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지훈은 마녀였다.

 

그의 가게는 주인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해가 지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 간단하게 골목을 그의 커다란 빗자루로 쓸고 나면, 진한 분홍빛이 나는 네온사인을 켰다. 지잉, 하는 소리가 나고 이 초 정도 기다리면 깜빡이던 네온사인이 완연하게 빛나게 된다. 마법으로 어떻게 밥을 벌어먹나, 궁금하다면 직접 그의 가게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마녀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였다.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이 아직도 이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굳이 이유를 찾자면 세상이 팍팍해져서 일까나. 자식 먹여 살리기 어려운 것은 범인(凡人; 평범한 사람. 마력이 없는 사람.)이나 마녀나 매한가지였으니. 그리하여 대충 마녀의 가게는 아무리 큰 도시라 하더라도 다섯 군데 이상은 찾기 어려웠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범인들이 마녀의 도움을 예전보다는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도 이유일 것이다. 옛날 뉴스에서는 마녀들이 일기예보를 했었지만, 지금은 기상청에서 슈퍼컴퓨터가 날씨를 예측하듯이. 물론 정확도는 형편없이 떨어졌지만 말이다.

 

“오늘 비 안 오는데.”

 

거리에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지훈이 중얼거렸다. 뉴스에서 슈퍼컴퓨터가 아마 장마라고 이야기한 모양이지만.

 

 

 

 

 

또 오세요, 마녀의 가게에!

 

 

 

 

 

가게를 오픈한 지는 이제 겨우 한 달이지만, 단골도 몇 명 생겼다. 지훈은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었고, 마법실력 또한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엄청 상급의 마력이 필요한 의뢰는 없었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공부도 하고 있고 아는 마녀들도 많아서 여차하면 외주를 맡기면 되니까. 그는 항상 잘 웃었는데, 이것 또한 마법의 일종이라는 것을 범인들은 잘 몰랐다. 순식간에 방심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마법.

 

“마녀 씨?”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금고 안의 동전을 세던 지훈이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보았다. 자주 도시락을 시켜먹는 집의 배달부 라이관린. 처음에는 주인이 직접 갖다 주었는데, 어느 날 부턴가 배달부를 고용했는지 이 멀대같은 소년이 도시락을 들고 지훈의 가게까지 올라왔다. 지훈의 가게는 달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 말인 즉, 언덕의 끝이라는 이야기였다. 날씨가 완연한 여름이 되면서 고객 수가 줄었다 싶은 느낌이었는데 관린의 꼴을 보니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 이마에 땀을 소매로 닦아보지만 여전히 힘들어 보이는 그를 지훈이 맞이했다.

 

“더우시죠?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아니에요.”

“차가운 거라도 드시고 가실래요?”

마침 새로 만들고 있던 티백이 눈에 보여서, 지훈은 얼음물 한 컵에 마법티백을 하나 살짝 담가 흔들었다. 투명한 물 사이로 노랗게 반짝이는 가루가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그 광경을 동그란 눈을 뜨며 지켜보단 관린은 무얼 넣으신거냐 물었다.

 

“덜 더워지는 약이요.”

“우와.”

 

감사합니다. 마녀에게 꾸벅 인사한 소년은 이내 벌컥벌컥 아이스티를 마셨다. 별 맛은 나지 않았다. 지훈의 시선이 관린의 손에 들린 검은 장우산에 머물렀다.

 

“우산 들고 오셨네요.”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해서요.”

 

흐응. 지훈은 배달 온 도시락의 포장을 뜯었다. 장어덮밥! 한껏 올라간 광대를 숨기지 않고 냄새를 잔뜩 맡으며 맛있겠다―라고 말하는 광경을 관린은 입에 빈 컵을 털면서 지켜보았다.

 

“어때요, 좀 시원해졌나요?”

 

지훈의 물음에, 그제서야 아까의 열기가 순식간에 식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관린이 펄쩍 놀랐다. 진짜, 시원해요!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 모습을 보던 지훈이 웃었다.

 

“여름 신상품으로 만들어 본 건데. 잘 팔리겠죠?”

“엄청 대박 날 것 같아요.”

 

전염이라도 된 듯이 지훈을 보던 관린도 함께 웃었다. 어라, 꽤 미남이구나―라고 생각하다가 마침 가게에 손님이 들어와 지훈은 어서 오세요, 큰 소리로 인사했다. 관린은 뒤를 보았다가 손목시계를 보고는 아차 싶었는지 우산을 급히 챙기고 지훈에게 그럼, 맛있게 드세요. 마녀씨. 라고 했다.

 

“저녁에 비 안 올 거예요.”

“…아?”

 

닫히는 문을 향해 지훈이 던진 말에 관린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안녕, 또 오세요!

 

 

 

 

 

라이관린은 사장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지훈에게서 도시락 비용을 받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이었다. 제일 중요한 걸 잊으면 어떡해. 그녀가 나무랐고 죄송합니다, 라고 관린은 연신 사과를 했다. 다음 배달이 밀려있었기에 관린은 내일 꼭 받아오겠다고 말하고는 스쿠터에 도시락을 실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까부터 땀이 전혀 나지 않았다. 날이 시원해진 것도 아니었고 바깥은 여전히 습하며 더웠지만 말이다. 사실 관린은 마법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었다. 21세기에 무슨 마법이야. 가끔 접하는 입소문을 들을 때면 그렇게 생각하곤 했었다.

 

‘꼭대기 마녀의 가게, 멘치카츠 도시락 한 개.’

 

그리하여 처음으로 그 배달 장소를 듣게 되었을 때, 관린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마녀라니.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실루엣의 분홍 네온사인이 빛나는 마녀의 가게. 밝게 인사하는 마녀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관린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어떤 단단한 의심과 적의도 손쉽게 무너뜨릴 것 같은 청량한 웃음. 베이지색 머리의 앳된 소년은 자신과 또래 같아 보였다. 그때부터 관린은 가게로 배달 가는 날들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진짜로… 안 오네.”

 

스쿠터를 탈 때 비가 오는 건 최악이다. 뉴스에서 강수확률이 90%라고 했는데도, 하늘이 저렇게 꾸리꾸리 한데도 관린이 스쿠터를 탄 이유는 순전히 마녀의 말 때문이었다. 무사히 도시락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니 퇴근시간. 뽀송뽀송한 티셔츠로 집에 가는 것은 여름이 시작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언덕 끝을 바라보았다. 회색 건물들 사이로 분홍색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가 문 닫는 시간은 마녀의 마음이었다. 보통은 새벽 2-3시쯤이었지만 내킬 때는 일찍 닫기도 했으니까.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은 탓에 손님들은 힘들어했지만 주인에게는 편리한 출퇴근 방법이 있었다. 그날 장사를 다 마치고 나면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문 옆에 세워둔 빗자루를 손에 쥔다. 보통의 마녀들처럼, 지훈도 빗자루가 있어야 날 수 있었다. 그의 예측대로 비는 오지 않았지만 구름이 많이 끼어 하늘이 어두웠다, 양 다리 사이로 야무지게 빗자루를 끼워 넣고 올라타 발을 구르면 손쉽게 공중에 떠오르게 된다. 아직까지 비가 오다 말다하는 날씨였지만 지훈은 여름이 싫지 않았다. 대로를 따라 날아가면 간간히 차가 한 대씩 지나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다보니 어느새 보금자리에 도착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꼭대기 층. 번거롭게 1층의 출입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지훈은 발코니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으니까.

 

“다녀왔습니다.”

 

그는 그의 작은 집을 가게만큼이나 좋아했다. 온갖 주문, 마법, 혹은 저주를 위한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가득한 공간. 오자마자 체크한 것은 동네 까마귀들을 위해 놓아둔 먹이통이었다. 음, 오늘도 잘 먹었군. 기지개를 한 번 키고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하루를 돌이키는 시간동안 떠오른 것은 의외로 하얗고 멀대같은 소년이었다. 이름이 뭘까? 그의 웃음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내일도 도시락을 시켜 먹어볼까… 그가 다리를 소파의 팔걸이에 걸치며 생각했다.

 

 

 

 

 

“네, 사장님. 오늘은 카츠카레로요. 아 진짜요? 아. 네, 오늘 같이 드릴게요. 네네.”

 

지훈은 자신의 얼굴 만 한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았기에, 그는 가게나 집에 있는 유선전화기를 사용했다. 휴대폰의 전파가 마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미신 때문이기도 했지만, 없는 것에 대해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서 사야겠다는 생각조차 않고 있었다. 부모님과의 연락 정도는 집전화로도 충분했으니까. 오늘의 첫 통화 상대는 도시락 집 사장이었다. 어제 생각했던 대로 지훈은 오늘도 도시락을 주문했다. 소년이 올라올 것이다. 어제 값을 치루는 것을 깜빡 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는 약간 부끄러웠다. 배달부의 예상치 못한 맑은 웃음 탓이었다.

 

“마녀 씨, 안녕하세요.”

 

손님 두 명을 보내고, 딸랑 하고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며 기다리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장부를 적고 있던 지훈이 고개를 들자, 어제처럼 더워하는 관린이 보였다. 지훈은 미리 준비한 음료를 건넸다. 어제와 같은, 아이스티였다.

 

“고생하셨어요. 이거 또 드실래요?”

“감사합니다. 어제보다 더 더운 것 같아요 오늘..”

 

관린은 음료를 받으며 도시락을 건넸다. 어째선지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 어려웠던 지훈은 부러 시선을 도시락에 돌렸다.

 

“아.”

 

어제처럼 받자마자 원 샷을 한 관린이 짧은 소리를 냈다. 너무 아저씨 같았나. 뒤늦은 후회였지만 자신을 보고 웃고 있던 지훈을 보자 그런 생각마저도 하얗게 잊고 말았다.

 

“저 어제, 제가 계산을 안했다고 들어가지구.”

“아아, 제가 그냥 나가버려서.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아녜요 제 잘못이죠. 오늘거랑 같이 지금 드릴게요.”

 

지훈은 미리 꺼내놓은 돈을 카운터에서 챙겨왔다. 양 손으로 공손하게 받은 관린이 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 / “저기.”

 

동시에 말을 꺼내 조금은 뻘쭘해져버린 분위기가 가게를 감돌았다.

 

“먼저 말하세요.”

 

관린의 양보로 지훈은 살짝 머뭇거렸지만 결국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이름이 뭐예요? 자주 뵙는데, 성함도 몰라서.”

“아.. 라이관린이에요. 마녀 씨는…”

“관린씨구나. 저는 박지훈이에요.”

“가게 여신 지.. 얼마 안 되셨지요?”

“네. 저 멀리 산맥 너머에서 왔거든요. 관린씨는요? 여기 토박이신가요?”

“저는 여기서 태어났어요.”

 

관린은 조금 덥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차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걸까. 자신도 모르게 뒷머리를 만지며 지훈을 내려다보았다. 나, 실수하는 거 없겠지.

 

“제 또래 같아 보이셔서. 아직 학생이신가요?”

“네에. 방학이라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학교는 여기 아니고, 좀 멀리 있어요.”

“아하. 나랑, 비슷하겠다.”

 

딸랑. 가게의 문이 열리며 둘의 시선이 동시에 새로운 손님에게로 옮겨졌다.

 

“어서오세요.”

 

지훈이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 것을 지켜보던 관린은 그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손부채질을 하며 우산과 나머지 도시락을 챙기고서는 지훈을 향해 목례를 건네자, 지훈은 그를 불러세웠다.

 

“아까 무슨 얘기 하려고 한 거예요?”

“…오늘 밤에”

 

관린이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비가 올까요?”

 

지훈은 잠시 생각을 멈췄다가 이내 웃었다.

 

“아니요!”

“..감사합니다.”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상당히 붉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관린은 재빨리 가게를 나서서 언덕길을 뛰어가듯 내려가기 시작했다. 안쪽에서 또 오세요! 라는 마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늘은, 비가 안 오겠구나.

 

 

 

손님을 보내고 카츠카레를 깨작이던 지훈은 라이관린이라는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려보았다. 마침 장마의 계절이었으니, 먹구름에 가린 달을 보며 그는 소년을 생각했다. 내일은 비가 올 텐데. 비가 오는 날은 대개 손님이 적었다. 아무래도 나오기 귀찮을 테니까. 카운터의 보라색 쿠션 위에 놓인 투명한 유리구슬을 바라보니 내일의 하늘이 나타난다. 구름과 비.

 

“방학동안만 있는 거구나.”

 

좀 전의 대화를 곱씹었다. 그의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는 또래가 거의 없었다. 마법에 여전히 의존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다수이고, 가끔씩 호기심으로 오는 젊은 사람들 몇 명 정도? 아무래도 요즘은 과학기술이 대세이다 보니, 마법은 사주나 관상 같은 미신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관린이 더 반가웠나 하고, 지훈은 생각했다. 어차피 다시 떠나겠지만.

 

 

 

다음날은 유리구슬에 비친 대로 낮부터 비가 쏟아졌다. 지훈의 빗자루는 스쿠터 같은 탈 것이었다. 다시 말해 비를 막아주는 기능은 없다는 이야기다. 제아무리 마녀라도 우산을 쓰지 않는 이상 비를 피할 수는 없었으니, 출근길에 홀딱 젖은 그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늘은 조금 일찍 닫을까. 아마 이 비를 뚫고 언덕길을 올라 가게에 올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화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날 배달을 시키는 것은 실례야. 하여 그는 가게에 남아있던 치즈와 빵으로 간단히 저녁을 때웠다.

 

그날따라 손님이 정말 없었다. 남서풍을 부르는 가루를 사간 어부의 부인을 제외하고는 파리만 날리는 장마철. 지훈은 카운터에 앉아 턱을 괴고 바깥에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딱 한 시간만 더 있고 퇴근하자. 약간 졸렸던 그는 이내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깬 마녀가 자동적으로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했다. 커다란 우산을 접으며 들어온 손님은, 라이관린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지훈씨.”

“배달 안 시켰는데.”

“…손님으로 왔어요.”

 

짓궂은 장난의 반응에 만족했는지 지훈이 웃었다. 농담이에요. 무얼 도와드릴까요? 그의 물음에 관린은 어… 하며 두리번거렸다.

 

“그, 전에 마셨던 차 좀 많이 사 갈까 하고요.”

“더위 쫓는 차?”

“네. 요새 너무 더워서, 배달일 가기 전에 마시고 가면 좋을 거 같아요.”

 

음.. 지훈은 찬장을 뒤져 티백이 담긴 통을 찾아냈다. 그러는 사이 관린도 가게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특이한 모양의 약초, 유리구슬, 정체를 알 수 없는 두개골, 부두술용 인형, 부적, 반짝이는 악세사리들. 지훈은 말없이 구경하는 관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날씨는 어떻게 아는 거예요?”

 

지훈이 씨익 웃으며 카운터에 있는 유리구슬을 가리켰다.

 

“여기에 날씨가 나타나요?”

“주문을 외워야 해요.”

“저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간단하면, 가게 접어야 할지도 몰라요.”

 

유리구슬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관린이 그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신기하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건, 긴장을 푸는 약이에요. 이건요? 점성술 도구요. 이거 설마 저주 거는 그건가요? 설마가 맞아요. 헤엑. 하나하나 물음에 설명해주다 보니 예상했던 퇴근시간보다 훌쩍 지나버린 시계를 보며 지훈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오신 거예요?”

“네. 저 9시까지 하거든요.”

“몇 시부터 시작하는데요?”

“12시요.”

“…엄청 오래하네.”

“근데 그냥 배달일이라서, 일 없을 때는 가게에서 쉬어요. 보통 피크시간 지나면 한가해서 산책도 좀 하고, 책도 보고.”

 

어느새 티백들을 크라프트지에 예쁘게 포장한 지훈이 관린에게 봉투를 건네자 관린은 아, 얼마인가요? 라고 물었다.

 

“공짜로 드릴게요.”

“…네?”

“대신, 저랑 동네 구경 다녀요. 가이드 해 줘요.”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관린을 보는 지훈의 광대가 볼록 솟았다.

 

 

 

 

 

라이관린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와 자주 연락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배달 일이라든지, 기타 안부를 전할 때 사용하곤 했다. 관린은 그 날 티백을 한가득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마법티백과 맞바꾼 것은 지훈의 집 전화번호. 휴대폰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긴 했었지만, 그는 아마도 마녀들은 휴대폰이 아니라 텔레파시 비스무리 한 걸로 서로 소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자신은 범인이었으니, 지훈과의 연락은 집 전화나 가게 전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테지. 단지 숫자 몇 개의 조합일 뿐인데, 관린의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둘은 말도 놓았다. 자신보다 어릴 줄 알았던 지훈이 두 살이나 형이었을 때 좀 놀라긴 했지만. 지훈은 괜찮으니 친구 하자고 했다.

 

“친구…”

 

요새 누가 집 전화로 전화 해. 그러나 관린의 생각과는 달리, 지훈은 곧잘 집 전화로 관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마 이 마녀는, 그동안 친구가 없어 많이 적적했나보다고, 그는 생각했다. 통화가 길어지고 내내 웃음 짓느라 끊고 나면 전화기가 뜨겁고 입 꼬리가 아픈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그럴싸한 이유를 찾지 못한 모양이지만.

 

장마는 당분간 주춤할 예정입니다. 뉴스를 보던 관린이 지훈을 떠올렸다. 과연 저 일기예보는 얼마나 맞을까? 여지없이 걸려온 전화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관린이 물었다. 오늘은 비가 올까? 지훈이 대답했다. 오늘은 밤늦게 비가 올 거야. 지훈이 준 차 덕분에 관린은 며칠 째 쾌적한 상태로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이 끝나갈 때 쯤, 몰려드는 먹구름을 보며 그는 퇴근하고 마녀의 가게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대화가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마녀의 빗자루는 어째서 몇 백 년 째 똑같은 디자인이야?’

‘되게 전통적이지.’

‘비도 못 막는다며. 지붕 달린 빗자루를 개발하면 좋을 텐데.’

 

언덕 꼭대기의 분홍빛 네온사인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커다란 우산을 손에 쥔 관린의 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어서오세요. 어!”

 

예상치 못했던 관린의 등장에 지훈은 놀란 표정과 함께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 같다고 관린은 생각했다. 분명 꼬리가 없는데, 뒤에 꼬리가 보이는 느낌.

 

“손님 많이 왔었어?”

“오늘은 좀 바빴어.”

 

무슨 일이야? 지훈의 물음에 관린이 대답을 하지 않고 바깥을 보았다. 우르릉. 천둥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굵게 쏟아졌다.

 

“사실.. 아까 밤늦게 비 온다고 했잖아. 너 비 맞고 퇴근할까봐.”

 

그리하여 지훈의 퇴근시간은 오늘도 조금 당겨졌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댄 끝에 생각해 낸 방법은, 빗자루에 같이 타서 지훈은 조종을, 관린은 우산을 잡는 일을 나눠 맡는 것이었다. 항상 가지고다니던 관린의 우산은 두 사람이 함께 써도 넉넉할 만큼 사이즈가 컸다. 팡, 하고 우산이 펼쳐졌고 지훈은 평소처럼 다리 사이로 빗자루를 끼웠다. 빗자루가 둥 뜨기 시작했다.

 

“우와.”

“이리 와서 뒤에 타 봐.”

 

범인을 태우고 날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훈은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의 빗자루는 할머니의 유품이었는데, 가끔 까다롭게 굴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태우지 않는다거나.

 

“오…”

 

걱정과는 달리 빗자루는 관린을 태우고도 고분고분했기에 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갈까? 라고 묻자 관린이 응. 하고 대답했다. 빗자루가 조심스럽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허공을 휘적거리던 관린의 긴 다리가 이내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내 어깨를 잡아, 관린아.”

“응.”

 

지훈의 양 손은 어쩔 수 없이 빗자루를 잡고 조종해야했기에, 관린은 한 손으로 지훈의 어깨를, 다른 한 손으로는 우산을 쥐고 있었다. 번개 맞지는 않겠지? 지훈이 걱정할까봐 관린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생각보다 둘의 비행은 순조로웠다. 비가 쏟아지긴 했지만 관린의 커다란 우산은 잘 방어해냈고 우려했던 ‘번개 맞는 일’은 없었으니까. 저기가 우리 집이야. 지훈의 아파트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발코니에 무사히 정착한 두 사람은 빗자루에서 내려왔다. 끝까지 얌전한 빗자루가 낯설었던 지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관린은 우산을 접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훈이 말했고, 곧이어 들어와. 라며 관린을 자신의 집 안으로 들였다. 마녀의 가게보다 훨씬 뭐가 많았으므로 일단 관린의 눈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드림캐쳐, 이상하게 생긴 거울, 엄청나게 오래된 초와 촛대, 굴러다니는 구슬을 하나 주워들었다가 눈알 모양인 것을 알았을 때 우악 소리 지르며 놀라자 지훈이 광경을 보고 하하 웃었다.

 

“다 수집한 거야?”

“물론.”

 

그 이후로도 둘은 한참을 지훈의 집을 구경했고 관린을 찾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그는 건물을 나설 수 있었다.

 

“집까지 잘 갈 수 있겠어?”

“그럼. 다 아는 동네라.”

 

1층까지 배웅을 나온 지훈이 물었고 관린은 자신했다.

 

“…오늘, 고마웠어.”

“아니야. 나도 늘 신세지는걸.”

 

약간은 수줍은 표정으로 지훈이 고마움을 표시했다. 관린은 조금 더워졌다.

 

“또 놀러 와.”

“그럴게.”

 

관린은 걷다가 문득 뒤돌았다. 여전히 입구에서 손을 흔드는 지훈을 보았다. 비가 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뉴스로 일기예보를 보지 않았다. 대신 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날씨를 물었다. 지훈은 비가 오지 않은 날에 도시락을 배달시켰다. 비가 오는 날에는 관린이 그를 데려다 주러 왔기 때문이었다.

 

“장마가 끝나가나 봐.”

 

8월의 시작을 기점으로 비가 오는 날보다 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동시에 무더위도 심해졌기에 관린은 지훈에게 또 티백을 한 가득 리필 받아야했다.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흘러가는 여름을 더 길게 만들 수는 없을까. 도시락을 배달하며 관린은 생각했다. 개강이 다가올수록 그런 생각을 하는 횟수도 늘었다.

 

“가족여행이요?”

 

금시초문이라는 관린의 표정과는 달리, 그의 부모님은 가족여행 얘기 한 것이 언제 적부터인데 왜 모르냐는 반응이었다. 가족의 별장이 있는 옆 마을로 기차를 타고 움직여 주말을 보내다 오기로 했잖느냐고.

 

“아…”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다. 관린이 당황한 이유는 지훈과 약속을 해 놓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함께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바다를 본 적 없다는 지훈에게, 관린은 자신이 함께 가주겠다며 호언장담을 했었는데. 그 설레하던 표정이 생생한데.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관린은 주저하다 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훈아, 나야 관린.”

“응! 무슨 일이야?”

“정말 미안한데…”

 

소식을 들은 지훈의 목소리가 확 풀이 죽었다는 것은 전화기를 통해서도 느껴졌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바로 전 날에 통보한 것이었으니,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게 된 지훈은 끊고 나서도 잠깐을 멍때렸다. 2박 3일 다녀오는구나. 그는 처음 관린의 이름을 알게 되었던 날을 떠올렸다. 방학이,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요일부터 관린은 도시에 없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맑았고, 관린의 부모님은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다행히 비 안 맞고 퇴근하겠네. 관린은 지훈을 생각했다. 기차역에 내리자 녹음이 완연히 느껴지는 거대한 숲이 펼쳐졌다. 역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계곡 근처에 있는 관린네 별장은 오래되었지만 깔끔했다. 짐을 풀고 이리저리 산책을 하면서도, 그는 괜스레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갑작스러운 태풍의 북상으로 남부지방은 어제부터 폭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튿날 낮, 티비를 보는 부모님의 뒤에서 뒹굴거리던 관린은 간만에 듣는 뉴스의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벌떡 일어나서 화면을 보니, 익숙한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 저기 우리 동네 아니야?”

“갑자기 태풍이 오다니.”

“그래도 경로 보니까 여기까지는 안 올 것 같네요, 여보.”

 

관린은 깜짝 놀라 별장 밖으로 나갔다. 지훈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였다.

 

“왜 안 받아..”

 

그러나 신호연결음만 한참 울렸을 뿐, 지훈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가게로 걸어도, 집으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지금쯤이라면 집에 있을 시간인데. 초조해진 관린은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었다. 별 일 없는 거겠지. 제발, 그랬으면..

 

 

 

 

 

주말에는 마녀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 바다에 가자는 약속은 파토 났지만, 지훈은 어디라도 떠나고 싶었다. 금요일 출근을 앞두고 관린에게 전화를 걸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가족들과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관두었다. 평소처럼 가게 앞 골목을 빗자루로 쓸고, 분홍빛 네온사인을 켰다. 맑은 금요일 저녁이었다.

 

“엥..”

 

한참 손님을 받고 나서 소강상태가 된 가게에서, 지훈이 유리구슬을 만지다가 갑자기 발견한 먹구름에 놀라 소리를 냈다. 이렇게 갑자기? 심지어, 그냥 비구름도 아니고 폭풍우잖아. 깨달음과 동시에 빗방울이 대지를 적시기 시작했다. 금세 바람도 불어 바닥에 전단지들이 이리저리 날아가는 것도 보였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결국 평소보다 훨씬 일찍 가게를 닫았음에도 집까지 가는 길이 막막했다. 항상 우산을 씌워주러 오던 관린이 없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비바람을 가르고 비행하던 지훈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번개와 강풍이었다. 번개를 이리저리 피하던 지훈은 눈앞의 토네이도와 같은 회오리를 보지 못했다. 귓가가 아파올 만큼 바람이 세찼고 빗물은 눈마저도 뜰 수 없게 만들었다. 엄마, 나 어떡해요? 위아래로 솟구치던 지훈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눈을 뜬 곳은 낯설고 울창한 숲 한복판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지만 온 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팠다. 이 와중에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픈데 다리는커녕 손가락도 꿈쩍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아…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였다. 나 이대로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 그런 생각마저도 흐려지고 있었다. 까마귀들만이 상공을 맴돌고 있는 와중,

 

‘지훈아. 대답해.’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익숙했다.

 

‘지훈아, 제발 대답해 줘.’

‘…어..?’

 

라이관린?

 

‘지훈아! 너 지금 어디야? 왜 계속 전화 안 받아!’

‘……’

 

분명히 라이관린의 목소리였다.

 

 

 

 

 

관린은 가족여행이고 뭐고, 별장을 뛰쳐나와 기차를 타고 달렸다. 엄마 죄송해요!! 그렇게 사라져버린 아들의 뒷모습을 보던 부모님은 이내 서로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관린이 아빠. 그러게요, 관린이 엄마. 급한 일이 있나봐.

 

“제발.”

 

기차 안에서 조바심을 낸다고 갑자기 속력이 빨라지지는 않을 텐데도 관린은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관린은 텔레파시를 보내고 받는 데에 성공했다. 아니, 그것이 텔레파시인지도 확실하진 않지만 그랬다. 계속 통화가 되지 않던 지훈에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보낸 텔레파시에 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너 지금 어디야??’

‘여기…숲인데…’

‘숲? 어디 숲??’

‘잘 모르겠어..’

‘주변에 뭐 없어? 아무거나 제발 말해 봐.’

‘그.. 이상하게 생긴 바위가 있는데.. 개구리.. 같이 생긴…’

‘개구리..?’

 

그러자 관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풍경이 있었다. 어릴 적 놀던 동네 뒷산의 모습. 분명 그의 눈에 개구리를 닮아보였기에, 관린은 그 바위를 개구리바위라고 불렀지만, 친구들은 전혀 닮았다고 인정 해 주지 않던 그 바위가. 만약 지훈이 있는 곳이 그 곳이라면 최대한 빨리 기차를 타고 달려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갈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텔레파시는 끊겨버렸지만 관린은 최선을 다해 빠르게 지훈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에게 핸드폰을 사 줘야겠다. 그런 다짐도 잊지 않았다.

 

 

 

 

* * *

 

 

 

 

마녀가 텔레파시를 쓸 수 있냐고? 아니. 마녀들끼리도 전화를 하지. 지훈과 관린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항상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No 였다. 그럼요? 그때 당신이 썼던 건 뭔가요? 관린씨는 범인 아닌가요? 그렇다면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마법이 아니라, 기적인거죠.”

 

기적과 마법은 다르니까. 그렇게 말한 관린은 웃으며 지훈을 돌아보았다. 인터뷰는 벌써 한 시간 째 계속되고 있었다. 기자가 취재하러 온 것은 관린이었지만 둘은 항상 세트로 붙어 다녔으니.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한 두 사람은 회색도시 꼭대기에 있던 마녀의 가게를 확장했다. 취급하는 것은 지훈의 마법물품 뿐만 아니라, 관린의 아이디어가 더해진 독특한 제품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관린씨가 ‘지붕 달린 빗자루’를 발명하신 거군요. 두 분의 사랑이 발명의 기폭제가 된 느낌이에요.”

 

지훈은 부끄럽다며 웃었다.

 

“요새 다시 마법 붐이 불고 있어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마녀인 지훈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대사회에 들어와 과학의 발전에 많이 가려져 있긴 했지만… 마법은 항상 여러분의 도처에 존재 해 왔으니까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마법과 과학이 서로 공존하며 발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친 두 사람을 향해 기자와 사진사가 수고하셨습니다 라며 박수를 보냈고 지훈은 만삭의 몸이었지만, 기꺼이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났다. 언덕까지 올라오느라 고생하셨어요. 한여름에. 아녜요, 아까 마신 차 덕분인지 정말 하나도 안 더운걸요. 환히 웃는 기자를 보내고 겨우 가게에 둘만 남게 되자, 관린은 지훈의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마녀일까, 범인일까?”

“둘 다여도 좋을 것 같은데.”

“오늘 고생했어, 자기.”

“아냐. 인터뷰 좋았어. 우리 매출 엄청 또 오르겠다.”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애들 잘 키워야지.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하여튼 욕심이 많다니까.”

“우리 이제 그만 인사드리자.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 분들한테도.”

“그럴까?”

 

…또 오세요, 마녀의 가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