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o Z OF the Actor
w. 바람

 

 

[단독인터뷰] 라이관린, 대만의 별이 한국에 내리다.

 

[무비스토어 박지훈 기자] 대만 국민 첫사랑, 국민 남동생, 국민 천만배우.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스타 라이관린이 지난 19일 한국을 찾았다. 라이관린은 12월 17일 개봉한 한국X대만 합작영화 ‘사춘기 소년처럼’의 남주인공 서교안 을 맡아 열연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라이관린은 서교안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닮기도 했고, 때로는 진지한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만과 한국을 동시에 강타한 이시대의 진정한 글로벌스타. 우리는 라이관린에 대해서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Wed

마침내 라이관린이 직접 추가 인터뷰를 요청했을때, 나는 애써 메뉴판에 시선을 고정했다. 정수리로 시선이 꽂히는 것 쯤이야 안봐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당신이 인터뷰 해줬으면 하는데, 눈이라도 맞춰주지? 천만 관객을 홀렸다는 멜로눈깔로 바라보고 있겠지. 실제로 라이관린이 저런 작업멘트를 친 건 아니지만 마음으로 알 수 있는…하여튼, 그런 삘이 딱 왔다. 이건 2차 장소로 카페에 오기 전, 라이관린 옆자리에 앉아 무려 한정식 코스를 해치운 자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다. 고로 황선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다. 황선배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라이관린쪽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분명 라이관린이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명함은 매니저 손에 들어갔다. 여기까진 그래도 무난한 전개였다. 나는 당연히 추가인터뷰는 황선배가 맡게 될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내 역할은 천만배우의 밥동무, 말동무 해준 것으로 족하다 생각했다.

“우선 오늘 인터뷰 해주신 내용은 잘 써보겠습니다. 이거 참 영광이네요.”

“잘 부탁드려요, 기자님. 저희 한국에서 첫 인터뷰인거 아시죠?”

“그럼요…추가 인터뷰 일정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 그건 저희 엔터에서 다시 연락을 드릴..”

“아냐, 형. 나 내일도 시간있어요. ”

 

매니저와 황선배 사이의 좁은 틈 사이에 낑긴 라이관린이 말했다. 인터뷰 전에 도도까칠한 대만톱스타를 주의하라던 조언은 동네 삐삐(개,3세)에게나 주라지. 어느새 틈을 파고 들었는지 나만 빼고 황선배, 매니저, 그리고 라이관린이 삼각형을 이뤘다. 적극적인 태도에 놀란 매니저는 눈썹을 한껏 찡그렸다. 하지만 뻔뻔한 대만톱스타는 굴하지 않았다.

 

“왜애. 안돼? 안돼요?”

“아,아니..관린아, 혹시 스케줄이”

“Nothing, 없어. ”

“일단. 우리 배우님 캄다운 하시고, 내 말 좀”

“아, 나 알겠다. 형, 대표님 무서워?”

 

매니저와 라이관린의 설전을 지켜보던 황선배에게서 탄성이 터졌다. 라이관린 승. 매니저는 정곡을 찔렸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Thurs

 

연예부 기자 생활을 시작한 후로 나에겐 딱 두번의 퇴사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기사 제목이 너무 무미건조하고 솔직하다는 이유로 사수에게 2시간 동안 시달렸을때.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제목에 실었다고 존나게 털렸었다. 그때는 ‘내가 기사쓰러 왔지 소설쓰러 왔냐?’ 하고 화장실에서 찌질하게 사직서 반절까지 썼었다(쪽팔려서 12층 화장실까지 올라갔다.). 빡치지만 내가 틀렸단 걸 깨닫는 데에는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기는 그래. 없는 걸 있는 것처럼, 가짜를 진짜처럼 속이는거야.

 

억울하지만 인정했다.

 

두 번째는 어느정도 이 시스템에 적응했을 때였다. 온종일 앉아서 키보드만 두들기다보니 몸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한창 예민해있었다. 그 상태로 기사를 써서 예민이 옮겨갔는지, 해당 기사 연예인의 팬들에게 메일폭탄을 받았다. 아무리봐도 틀린 말 하나 없었지만 그렇게 다이렉트로 욕을 먹다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속상했다. 결국 그 날도 울면서 포장마차에서 사직서를 썼다. 쓰다가 그 위로 소주를 엎질러 다 때려치웠지만.

그리고 드디어 오늘, 세 번째 퇴사위기를 맞았다. 추가인터뷰는 자기한테 믿고 맡기라던 황선배가 아주 제대로 뒷통수를 쳤다. 책상에 있는 USB 하나만 가져다 주면 된다고 하더니, 택시에서 내렸을때 나를 기다리는 건 라이관린이었다. 매니저도 없이 나왔는지 검은마스크에 검은 모자까지 눌러썼지만 누가봐도 ‘나, 라이관린.대만의 톱스타지.’ 하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나는 곧바로 황선배에게 카톡을 날렸다. 전화로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라이관린이 신경쓰였다.

 

-선배가 하신다면서요ㅡㅡ 진짜 장난치지 마세요

 

카톡을 전송함과 동시에 1이 사라졌다. 정황상 황선배도 내 눈치를 보고있는게 분명했다. 어차피 읽씹하는 인간, 욕이나 보낼까 했는데 라이관린이 때마침 신호를 건너왔다. 위아래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으나 그것마저도 수트로 보이게하는 기럭지를 자랑하면서.

 

“기자님, 안녕하세요.”

“아,네…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인터뷰…..”

“오, 맞아요. 근데 일단 우리 호텔로 가야죠. 여긴 사람 너무 많아.”

 

안돼요. 그냥 카페로 가면 안될까요. 말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존나 ‘을’이라서 가만히 라이관린에게 끌려가줬다.

 

 

 

 

 

횡단보도에서 호텔 입구까지, 그 짧은 거리에도 우리는 많은 시선을 받았다. 정확히는 라이관린에게 꽂힌 시선이었다. 처음에는 알아본 건가 싶었는데, 단지 잘생긴 아우라가 부른 관심 집중이었다. 7일 동안 묵을 예정이라던 호텔은 70일은 놀고 먹어도 무리없어 보였다. 오바하자면 내 자취방 다섯 개 정도는 붙여 놓은 크기였다. 문 앞에 서서 한참을 감탄하다가 라이관린의 시선이 느껴져서, 아쉽게 객실 관찰은 관둬야 했다.

 

“저 일부러 기자님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네?…아, 근데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안된다고 하지말아요. 제발.”

“저도 너무 갑자기라, 노트북도 놓고 왔거든요.”

“..그럼…나랑 기자님 인터뷰 못해요?”

 

<네. 죄송하지만 다음 기회에 봅시다. 안녕히계세요! > 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랬던 박지훈은 정확히 4시간만에 이 호텔에서 탈출하게 된다.

아무래도 라이관린에게 단단히 홀린게 분명했다. 27년 인생 동안 적지않게 ‘귀엽다’, ‘예쁘다’, ‘잘생겼다’ 칭찬 시리즈를 듣고 자란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라이관린의 얼굴은 신이 주신 얼굴이 분명했다. 마음은 No 였는데 눈을 마주하면 자동으로 Yes of course! 를 뱉게 됐다. 자신만의 설득 스킬인지 라이관린은 무릎까지 굽혀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순간 기분이 상할뻔 했는데 그것 역시 신의 얼굴이 싹 지워버렸다.

 

“아,알겠어요…해요, 인터뷰.”

 

전생에 인터뷰 한번 못해보고 죽은 사람의 환생도 아닐텐데, 인터뷰 하잔 말에 잔뜩 신난 라이관린은 내 손을 이끌었다. 객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진한 향수냄새가 풍겼다. 어제 라이관린의 옆자리에서 맡은 것과 똑같은 비싸고 좋은 냄새였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라이관린과 아주 잘 어울렸다.

 

“호텔로 불러서 미안해요 기자님. 근데 어쩔 수 없었어”

“사람 많은 곳은 불편하잖아요. 이해해요.”

 

는 개뿔. 사실 지금까지 그 어떤 유명인사도 사람이 많다고 호텔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배려넘치는 기자로 포장되어 있었다.

 

“역시, 기자님 마음도 예뻐. 그럴 줄 알았어요.”

 

왠지 모를 뿌듯한 표정을 지은 라이관린은 뻘쭘하게 서있는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얼떨결에 앉았는데 무슨 호텔의자는 시몬X 매트리스로 만들었는지, 의자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줄 알았다. 다음달 보너스받으면 이 의자부터 겟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라이관린은 의자에 푹 빠진 내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고 있었다. 이쯤이면 상대 여배우는 어떻게 연기할까 싶었다. 인터뷰를 하러 온 건 난데 마치 라이관린에게 취조를 받는 기분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갑자기 말이 없어진 라이관린 때문에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라이관린은 다이렉트로 말해야 먹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라이관린씨. 저,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기자님 질문이라면 뭐든 대답할 수 있어요. 어려운 거 빼면.”

“오늘 저랑 인터뷰하려고 부르신 거 아니죠?”

“…”

“진짜 용건이 인터뷰 맞아요?”

 

겉으로 티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말하면서도 겁나 떨렸다. 심증이 있지만 확신하진 못했다. 라이관린은 웃음과 무표정 사이의 묘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님…나 무서워요.”

“네?”

“한국 사람들 속마음 다 읽을 수 있어요?”

“그게 무슨 말씀,”

“맞아요. 용건? 그거 인터뷰 아니야. Maybe…첫 눈에 반해서?”

 

퓨욱. 나는 보이지 않는 라이관린의 화살에 정통으로 맞았다.

 

 

 

 

솔직히 그냥 인터뷰해도 좋았을텐데

기자님이 다 알아버렸으니까

말할래요. 시간 뺏어서 미안해요.

, 나 아마 기자님 밥 먹는 모습보고 반했어요.

그것도 예뻤는데 박지훈기자님 말할 때 입술 예뻤어요.

나한테 다 설명해줄 때 목소리도 예뻐.

 

처음엔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았던 라이관린의 본격적인 고백타임이 시작됐다. 가만히 듣다보니 볼에 열이 올랐다. 나를 완전 우주최강예쁜이 정도로 보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정식코스를 조지는 내 모습에 반할리가 없지. 차라리 몰래카메라였으면 좋았으려만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을 봐선 진심 200퍼센트였다. 이런식으로 갑자기 치고 들어오면 누가 막을 수나 있을까.

그것도 라이관린인데.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요. 사람 부끄럽게…”

“하루밖에 안봤지만 약속 할 수 있어요. 기자님이랑 나랑, 우리 더 오래 볼거야. ”

 

 

 

절절한 고백타임 끝에 내린 결론은 일단 밥부터 먹자,였다. 내 배에서 울리는 우렁찬 꼬르륵 소리에 라이관린은 조금 당황한 듯 했지만 곧바로 폭풍 주문을 했다. 그리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역할을 바꿔서. 라이관린 기자님이 나에게 질문하면 내가 성실히 답하는 역할놀이에 가까웠다. 그치만 라이관린은 존나 진지했다. 한 열개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101개도 훌쩍 넘는 질문을 했다. 거의 중학생때나 했던 싸이월드 문답 수준이었지만 표정은 대국민담화에 참석한 열혈기자였다. 좋아하는 색깔, 영화 장르, 취미, 심지어 잠버릇까지 물어본 라이관린이 가장 진지했을땐 이상형을 물어본 순간이었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했으나 역시 그럴리 없었다.

 

“이게 제일 중요해. 이상형.”

“딱히 그런거 없다니까요…저 연애도 제대로 안해봐서..”

 

라이관린은 내 대답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나는 겁나 억울했다. 이건 황선배한테만 말한(취중진담이었다.) 사실이지만 나는 남중남고 프리패스를 끊은 탓에 대학에 가서도 여자랑 만난 건 팀플이 전부였다.

 

“진짜? 기자님 거짓말 하지마세요.”

“제가 왜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요…”

“…그럼.”

“뭐 더 궁금한 거 있으세요…?”

“앞으로 이상형은 라이관린 해요.”

“예?”

“다음에 누가 물어보면 라이관린,이라고 대답해요”

 

말해놓고 자기도 민망했는지 ‘아,꼭 아니고 기자님 마음대로…’ 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나도 모르게 홀린듯이 그럴까요 하고 수긍할 뻔 했지만 다행히 배달음식 덕분에 라이관린의 인터뷰는 여기서 끝이 났다.

 

 

 

 

나는 라이관린이 시켜준 김떡순 세트를 먹으면서 결심했다. 기사를 쓸때 그를 꼭 의지의 대만인이라고 표현하기로. 떡볶이와 순대를 내가 천천히 해치우는 동안 라이관린은 김밥을 맡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우리는 2차 인터뷰를 시작했다. 순전히 라이관린의 의지였지만 혼자서 3인분을 먹는데 거절 할 수도 없었다. 대신 원래 계획했던 것 처럼 내가 라이관린에게 질문하기로 했다.

 

“음…”

“빨리 빨리! 나 다 대답할 수 있어요.”

“..이번 영화 찍을 때 힘들었던 점?”

“아, 그런 건 재미없어요. 다른 거.”

“다른 거…뭐가 있죠….이상형…?”

“오케이. 그 질문은 좋아요.”

 

역시 그냥 이상형을 물어봐주길 기다린게 분명했다. 라이관린은 은근 감정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 타입이었다.

 

“우선 눈. 나는 눈이 예쁜 사람이 좋아요.”

“눈…그리고?”

“나보다 조금 아담?아단?한 사람.”

“아담이 맞아요. 흠, 또 더 없어요?”

“그리고”

“…..”

“..잡채 좋아하는 사람?”

 

컥. 떡볶이가 목에서 그대로 나올뻔 했다. 저건 백퍼 나를 두고 하는 소리였다.

 

“이것말고도 엄청 많은데 다 더하면.”

“…..다..더하면?”

“라이관린 이상형 딱 기자님.”

 

박지훈 기자님.

 

 

 

 

 

Sun

 

-박지훈 보고싶다 .

-나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음. 근데 여기부턴 잘 모르겠어요. 데리러 와주면 안돼?

 

눈치 빠른 황선배 덕분에 라이관린은 나의 24일을 통째로 빌릴 수 있었다. 호텔에 갔던 날 전화번호를 주고 받은 우리는 이틀 내내 10분도 안되는 텀을 두고 꾸준히 연락했다. 그리고 연락을 하면 할수록, 라이관린에 대해 궁금해 질수록, 나도 모르게 스며들고 있었다. 라이관린의 출국 하루 전 날인 오늘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떨어져 있는 동안 계획을 짰다. 사실 라이관린은 하루종일 호텔 안에서 보내길 원했지만 그건 내가 거부했다. 편하긴 하겠지만 텅 빈 호텔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혼자 올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조금 헷갈렸어.”

“알아. 여기 길 엄청 복잡해.”

“그치? 지훈 안왔으면 완전 길 잃을뻔 했어”

 

그래서 결국 라이관린을 우리집으로 불렀다. 호텔 앞에서 봤을때와 마찬가지로 마스크와 모자를 썼지만 오늘은 터틀넥에 코트차림이었다. 누가 봐도 일부러 신경쓰고 왔다는 걸 어필 중이었다.

“지훈 집 완전 지훈 냄새 천국이다. 여기서 살고싶어.”

“내 집이니까 내 냄새가 나지.”

“대애박. 좋아.”

이틀동안 새로 정한 게 있다면 나는 라이관린에게 반말을 쓰기로 했다. 프로필상 나이로 따져도 나보다 어렸지만 실제 나이는 그보다 두 살 더 어린 23살이었다. 라이관린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쓰기로 했는데 어차피 반말이 99퍼센트였다.

 

“카레라이스, 김치볶음밥, 라면.”

“다 해줄거야? 나 배고파.”

“…중에 하나만. 시간이 별로 없잖아.”

“그럼…나머진 킵 해둘 수 있어?”

“언제 우리집 또 오려구?”

“.. 영화 하나만 더 찍으면 나 완전 프리하니까.”

“라이관린 프리해지면 다시 한국에 올거야?”

“그거 말해서 뭐해. 당연하지. 한국에 지훈 있잖아.”그

“알았어… 킵 해둘테니까 얼른 골라.”

“아싸. 그럼 나는 김치보끔밥. 카레라이스하고 라면은 킵해줘!”

 

 

 

 

내가 계획한 다음코스는 ‘영화감상’이었다. 우리는 각자가 고른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티비앞에 나란히 앉았다. 물론 영화는 라이관린의 출연작 중 하나를 골랐다. 시간이 없어서 단편 영화를 골랐지만 가장 의미있는 영화였다.

 

<네번째 파란색.>

 

이 영화는 라이관린이 무려 13살에 찍었던 데뷔작이었다.

 

“와…지훈. 이거 어떻게 구했어?”

“한 세시간정도 찾았지. 좀 고생했어. 13살 라이관린이 보고싶었거든.”

“나…이거 진짜 10년 만야. 지훈…진짜 고마워.”

 

이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줄은 몰랐다. 나는 본격적인 감상 전에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버리기 위해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잠깐 그자리에 서서 라이관린을 바라봤다. 시야에 10년 전과 지금의 라이관린이 모두 들어왔다. 영화 속 소년 라이관린은 지금보다 키가 많이 작았다.

 

 

결국 나는 영화가 막바지를 달릴 때까지 라이관린의 옆에 앉지 못했다. 이상하게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내가 라이관린의 감상을 망칠 것 같아서. 영화에 푹 빠져있던 라이관린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돼서야 내가 옆자리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뭐야…지훈. 다리 아프게 왜 거기 서있어?”

 

라이관린의 목소리가 호텔에서 고백하던 그 순간처럼 떨렸다.

“어땠어? 내가 준비한 영화를 본 소감은?”

“음…되게 많이 컸다…라이관린 많이 컸어.”

“…그러게. 영화에 나오는 라이관린은 나보다 작았던 것 같았는데, 벌써.”

 

이만큼. 우린 한 뼘 만큼 떨어져 섰다. 라이관린의 숨이 머리카락에 닿았다.

 

“지훈 머리가 내 입술 닿을만큼 컸지.”

“응, 많이 컸다. 이관린”

 

그리고 다음은. 내 입술이 라이관린의 입술에 닿았다.

 

 

 

 

Mon

 

라이관린은 다시 완벽한 대만톱스타로 돌아갔다. 기사로 접한 출국 모습은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인파로 가득했다. 8할은 라이관린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어제, 공항까지 마중나오지 않기로 라이관린과 약속한 나는 착하게 그 약속을 지켰다. 사실 공항에 갔어도 못 만났을게 뻔했다. 아쉬운 대신 라이관린이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우리는 그동안 했던 것 처럼 통화를 했다. 다시 한국에 오면 서로 제일 먼저 만나기로 약속한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나 대만에서 있는 동안은 편지 쓸래.”

“편지? 핸드폰 뒀다 뭐하고 편지를 써?”

“왜 로맨스가 없어, 지훈? 한국에 안 보내도 나중에 지훈 만나면 줄거야.”

“그럼 나도 라이관린한테 편지 써야겠다. 대신 나는 쓰면 바로 메일로 보낼거야.”

“오케이…나는 손으로, 지훈은 폰으로. 우리 뭔가 라임 맞는 것 같아.”

“나두 손으로 쓰는건데…?”

 

아,아무튼! 라이관린은 더듬는 것도 귀여웠다. 라이관린이랑 통화만 하면 시간이 두배로 흐르는지 이젠 진짜 바이바이,할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제 나눈 찐한 작별인사 때 못한 말을 전할 시간이었다.

 

“응, 그래 아무튼! 알겠어, 관린아.”

“..반칙이야. 왜 어제는 그렇게 안 불러줬어.”

“그래서 지금 부르잖아.”

“…지훈.”

“관린아, 마지막으로 나한테 질문 하나만 해주라. 제일 궁금한 걸루.”

“음…나 항상..궁금한거. 늘 그거 뿐이지.”

 

 

 

지훈도 알잖아.

 

박지훈 기자님,

 

기자님 이상형은 뭐예요?

 

제 이상형이요? 그건당연히.

 

 

 

 

 

 

라이관린. 완전 라이관린이죠.

 

 

 

 

 

 

 

 

 

 

Fin.